이람이 봐주시는 이모님

육아일기 | 2008/12/02 10:07 | leezche

참 좋은 분인건 확실한것 같다.

일단 아침에 우리집으로 출근하면 이람이가 너무나 환하게 웃으면서 반긴다. 정말 다행인것 같다.

전에는 제발 이람이를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상식에 어긋나는 일만 안했으면 좋겠다는 절박한 심정이였다. 인터넷이랑 TV에서 하도 무시무시한 상황들을 많이 봐서 정말 미칠듯이 걱정을 했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은 내 인생에 가장 큰 고민중 하나를 덜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람이 세탁물도 그냥 세탁기에만 빨면 세제가 그대로 옷이나 손수건에 남아 있다며 꼭 손으로 한번씩 헹구고, 손수건도 물에 헹궈서 삶아주신다. 세제를 정말 극히 싫어하시는듯 하다. 그리고 설사로 고생할때도 어느 병원이 좋은것 같다며 손수 알아봐주시기도 하고, 주말에는 이람이 변 어떻냐고, 문자도 주신다. 어떨땐 나보다 더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는것 같다. 집근처에 신랑 사무실도 있고, 언니도 살고, 엄마도 살아서 불쑥불쑥 집에 들어가도 항상 이람이을 품에 안고 얘기를 해주시고 계신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집 거실에는 TV가 없어 항상 극동방송을 틀어놓으신다. 전에 봉사활동도 많이 다니신듯...)  목욕시키고 나서도 이람이 추울까봐 수건으로 꽁꽁싸서 절대 춥게 하면 안된다신다. 사실 나는 그냥 열어 제껴놓고, 로숀도 바르고, 기저귀채우고, 옷도 입히는데.. ㅜ ㅜ; 게다가 몇일에 한번씩 이것저것 반찬도 해 주신다. 요리하는걸 좋아하시는듯 하다. 맛도 있다. ^^

 

하지만, 아이 문제에 있어서 만은 욕심이 끝이 없는것 같다.

이람이를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서 가지고 다닐만큼 이람이 좋아해주시는것 같아 너무 고맙긴 하지만, 가끔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있다. 이모님이 세제쓰는걸 안좋아 하신다. 아니.. 쓰긴 쓰는데 써도 쓰는둥 마는둥이다. 전에는 글쎄 젖병을 그냥 물로만 씻는걸 보고 경악을 했다. 사실 이모님이 은근히 자존심이 쎈면이 있어 함부로 말할수도 없고 해서... 세제를 많이 쓰는건 정말 좋지 않은것 같지만, 적당히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람이 먹는 분유가 유분도 많고 해서 그냥 물로만 씻게 되면 젖병에서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다행히... 고칠점 있으면 어려워말고 말하라시며 흔쾌히 받아 주셨다. 그렇게 해서 다행이 넘어가긴 했는데... (그 다음에 젖병에서 냄새 안나는걸 보면 세제를 쓰시는듯 하다.) 몇일전에는 아침에 오시자 마자 전날 나왔던 이람이 빨래 돌리시는데 세제를 안넣는듯 했다. 깜빡하신건지... 싫어서 안넣는건지.. ㅠ ㅠ;;;

오늘은 아침에 이람이 이유식 만들 쌀을 씻는데 설겆이 하던 고무장갑끼고 씻으시더라.. ㅠ ㅠ;; 아마 손에 물 묻히는걸 싫어하시는듯 하다. 물론 고무장갑끼고는 이것저것 잘 해 주신다. 그래도 그렇지 아기 이유식 먹을 쌀을 설겆이 하던 고무장갑끼고 씻다니.. 결국 이람이 이유식 만드는용 작은 고무장갑을 하나 사놓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주에는 이유식으로 감자랑 고구마 먹여달라며 재료까지 준비해 놨는데... 고구마는 위 안좋은 어른도 소화하기 힘들다며 너무 손사래를 치신다. 말한 내가 다 무안해질 정도다. 브로콜리도 아직 힘들지 않냐시고... 도대체 그럼 먹인담?

나는 이람이를 좀 강하게 키우고 싶은데... 이모님은 너무 화초처럼 키우시는것 같아 가끔 힘이 든다. 재울때 항상 포대기해서 업어서 재우고, 이람이 힘들어 한다며 엎드려 놓는것도 안하시는것 같고, 앉아 있는 연습도 시켜야 하는데 그것도 잘 안하시는것 같다. 이제 다음주면 이람이는 7개월로 들어서는데 전에는 고개를 곧잘 들더니 이제는 힘든지 그냥 엎어 놔도 고개 생각을 잘 안한다. 들어도 몇초를 못 버틴다.

 

그리고... 청소를 생각보다 깔끔하게 안하시는것 같다. 물끓이는 주전자나 손수건 삶는 냄비를 보면 가끔 먼지가 쌓여있고, 젖병 건조대도 주말에 내가 씻을때보면 먼지가 쌓여 있다. 소독기 안도 좀 닦아주면 좋으련만... 딸랑이나 치발기도 잘 안주시는것 같다. 씻어야 하니까 귀찮으신건지... 장난감을 전혀 안주시는것 같다. 장난감 같은건 이람이가 벌써 관심을 가져야 하며 손에 움켜쥘줄도 알아야 하는데... 잘 안한다. 몇가지 테스트를 해봤는데... 소근육발달이 빵점이 나왔다. _ _;;

 

이모님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나쁜 의도가 있다기 보다는 그냥 그게 생활 습관일수도 있다. 사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전에는) 우리 엄마도 밥지을때 고무장갑끼고 쌀을 씻으신다. 그럼 더 잘 씻긴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바로 부모마음이란 걸까? 내 맘같지가 않다.

이런일들을 하나씩 겪을 때마다 이렇게 마음 고생하면서 도대체 내가 무엇때문에 직장이란걸 다니고 있나 싶기도 하다. 속으로는 내가 안벌어도 어떻게 되는것도 아닌데... 하며 수십번도 더 되뇌여본다. 내가 직장 다니는 이유가 단순하게 돈때문이라면, 아마 당장 때려치우고 다시 프리랜서로 전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직장다니면서 이런 욕심은 버려야하는게 맞는걸까?



우리 이람이 아직 잘 못 앉아요..흙!

요즘은 갈수록 출근하기가 힘들어 진다. 어린것 떼놓고 나오자니..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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